인도네시아의 품종에 대하여 인도네시아는 에티오피아, 예멘, 인도 다음 네 번째로 커피 재배를 시작한 국가입니다. 17세기 후반에 첫 커피 묘목이 자바 섬에 심어졌고 1711년에는 인도네시아산 커피가 첫 수출길에 올랐습니다. 그로부터 3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인도네시아 커피의 역사는 크고 작은 풍파를 겪고 위기를 극복하여 새로운 전성기를 여는 서사가 반복되었습니다. 존망이 걸린 위기를 극적인 변화를 통해 극복한 한편, 변화의 물결이 닿지 않은 자리에는 과거의 유산이 고스란히 유지되어, 예스러움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독특한 다양성이 오늘날의 인도네시아 커피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1. 아라비카 시대의 유산 티피카 시대1690년대. 여러 시도 끝에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 커피나무가 성공적으로 정착했습니다. 자바 섬의 커피는 곧 인도네시아 군도 곳곳으로 확산되어 커피 플랜테이션 농장이 설립되었고 일부는 네덜란드를 거쳐 전세계로 진출했습니다.인도네시아의 커피 농장은 처음부터 단일 작물만을 재배하는 근대적인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저지대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플랜테이션 시스템은 커피를 대량 생산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커피 산업의 문을 열고 첫 전성기를 이끈 이 품종의 이름은 바로 티피카(Typica)입니다.티피카 홀로 이끈 전성기는 처음부터 비극적인 결말을 품고 있었습니다.1880년대에 인도네시아에 상륙한 커피녹병(CLR)이 인도네시아 군도 전역의 티피카 나무를 휩쓸었습니다. 티피카는 태생적으로 커피녹병에 취약한 데다가 인도네시아 저지대의 고온다습한 환경은 균이 창궐하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초기 인도네시아 커피 역사의 주역이던 티피카의 시대가 저물었습니다. -티피카 (Typica)커피녹병이 도달하지 못한 고지대에는 티피카의 후예가 생존하여 맥을 이었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생존하는 티피카는 생존한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티피카의 정체성을 강조하고자 티피카라는 원래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화석과 다름없는 이들 품종은 섬세하고 복합적인 티피카의 컵 프로파일을 계승했습니다.베르겐달(Bergendal)수마트라 섬 고지대에서 살아남은 티피카 품종입니다. 수마트라 섬 북부 ‘버너르 므리아’ 지역의 옛 이름인 ‘베르겐달’에서 이름이 유래되었습니다.시디칼랑(Sidikalang)베르겐달과 마찬가지로 커피녹병에서 생존한 티피카 품종입니다. 수마트라 섬 북부의 다이리 리젠시(Dairi Regency)의 지역명인 시디칼랑에서 이름이 유래되었습니다.주리아(Juria), 블라완 푸수마(Belawan Pusumah)주리아는 플로레스 섬에서 티피카를 부르는 현지 이름입니다.블라완 푸수마는 수마트라 섬 북부의 티피카를 자바 섬 동부의 블라완(Belawan)으로 옮겨져 선별되었습니다. - 에티오피아 랜드레이스의 도입인도네시아 전역을 휩쓴 커피녹병이 창궐한 당시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의 점령 하에 있었습니다. 단일 품종 재배의 취약성을 깨달은 네덜란드의 농업 연구가들은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에티오피아 계통의 품종을 도입했습니다.아비시니아(Abyssinia)1928년에 도입된 에티오피아 랜드레이스입니다.아비시니아 3: 크고 길쭉한 생두의 모양 때문에 ‘롱베리’라고도 불립니다. 도입 당시의 원종에 가까운 품종으로 여겨집니다.아비시니아 7: 아비시니아와 티모르 하이브리드가 교배되어 질병 저항성이 강화된 품종입니다. 생두는 아비시니아 3보다 덜 길쭉합니다. 람붕(Rambung)이라고도 불립니다.USDA 7621950년대 미국 농무부(USDA)의 프로젝트를 통해 도입된 에티오피아 랜드레이스 품종입니다. 티피카에 비해 커피녹병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특성으로 도입되었지만 티모르 하이브리드 품종의 등장 이후로는 의미가 퇴색되었습니다. 게이샤 품종의 발견지와 가까운 에티오피아의 미잔 타파리(Mizan Tafari)에서 기원했다는 배경이 알려지며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자바 (Java)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이름을 딴 품종으로, 길쭉한 생김새와 섬세한 플레이버가 티피카와 닮아 오랫동안 티피카 그룹으로 여겨졌으나 2010년대 유전자 분석으로 에티오피아 랜드레이스로 재분류되는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2. 위기와 극복 커피녹병이 덮친 뒤에도 소수의 티피카 나무가 고지대의 농장에 생존해 있었지만 커피농장 대부분이 있는 저지대에는 커피녹병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커피녹병에 내성이 강한 품종의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습니다. - 리베리카(Liberica)티피카 품종이 커피녹병에 스러진 자리의 공백을 채울 첫 구원투수로 리베리카(Liberica) 종이 투입되었습니다. 리베리카의 커피녹병 저항성은 당시에 이미 입증되어 있었지만 아라비카 커피를 대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당대의 기술로는 아라비카 종보다 훨씬 크고 질긴 리베리카 종의 열매를 가공하기는 역부족이었고, 이는 품질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리베리카의 생산량은 아라비카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높은 생산 비용에 비해 품질이 낮은 리베리카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아니었습니다. 브라질이 새로운 커피 생산지로서 부상함에 따라 세계 커피 가격이 폭락한 사건은 리베리카 종의 도입이 실패했다는 사실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로부스타(Robusta)로부스타라고 불리는 카네포라 종이 1907년에 인도네시아에 도입되었습니다. 커피녹병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로부스타는 인도네시아 저지대 기후에 완벽하게 적응했습니다. 생산성이 높은 로부스타는 리베리카를 손쉽게 대체했습니다. 아라비카 커피 대국이던 인도네시아는 로부스타 커피 대국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티모르 하이브리드, 팀팀(Timor Hybrid, Hybrid de Timor, HDT, Tim Tim)그러나 로부스타는 아라비카의 완벽한 대안이 되지 못했습니다.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아라비카 품종을 도입하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커피녹병의 위협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1927년, 티모르 섬에서 로부스타의 유전자가 유입된 돌연변이 아라비카 종, 티모르 하이브리드의 발견으로 판도가 뒤집혔습니다. 커피녹병 저항성과 생명력이 강한 로부스타의 형질을 물려받은 티모르 하이브리드는 인도네시아에서 ‘팀 팀’이라고 불리며 아라비카 커피 농장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카티모르, 아텡(Catimor, Ateng)티모르 하이브리드는 생명력은 강하지만 순수한 아라비카 품종의 품질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티모르 하이브리드의 품질 한계 문제는 육종 프로젝트를 통해 해소되기 시작했습니다. 1959년 포르투갈 농업 연구소 CIFC에서 티모르 하이브리드를 카투라 품종과 교배한 카티모르 품종을 공개했습니다. 티모르 하이브리드의 강인한 생명력과 카투라의 높은 생산성이 융합된 카티모르는 인도네시아에 ‘아텡’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보급되었습니다.-S795커피녹병의 유행은 범국가적이었고 커피녹병의 위협을 타개하려는 노력이 다방면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940년 인도에서 개발된 S795는 노력의 산물 중 하나입니다. 리베리카의 유전자가 유입된 S288과 커피녹병 저항성이 있는 켄트가 교배된 S795는 커피 녹병에 강하면서도 품질이 높은 품종입니다. S795는 1970년대에 인도네시아에 도입되어 인도네시아의 아라비카 커피 산업의 재부흥에 일조했습니다. 3. 품질을 향한 도약 인도네시아는 로부스타의 도입으로 커피가 절멸할 위기를 극복하고 하이브리드 품종의 도입으로 아라비카를 지켜냈습니다. 카티모르는 인도네시아의 아라비카 커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의 토대를 만들었지만 품질의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카티모르 다음의 미래지향적인 품종이 필요했고 인도네시아 커피코코아 연구소 ICCRI의 활약이 시작되었습니다. -시가라르 우탕(Sigarar Utang)1988년에 수마트라 섬 북부의 한 농가에서 발견된 품종입니다. 현지 언어로 ‘빚을 갚다’라는 뜻의 시가라르 우탕은 이름대로 성장이 빠르고 수확량이 많은 데 더하여 높은 품질을 자랑했습니다. ICCRI가 수집한 시가라르 우탕 품종은 십 수 년의 검증을 거치고 2005년에 공식적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자연발생한 품종인 만큼 계통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지만, 카티모르와 티피카 또는 버본 계열 품종의 자연 교배로 탄생했다는 설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2021 인도네시아 COE에서 2위에 오른 품종으로 품질 잠재성이 높습니다.-안둥사리(Andungsari)ICCRI가 개발한 카티모르 선별종입니다.커피녹병 저항성과 생산성이 높으며 단맛이 뛰어납니다. 재배가 까다롭고 1,25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최상의 품질이 발휘되기에 대중적인 품종으로 재배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스페셜티 커피로서는 최고의 품질을 보여줄 수 있는 품종으로 평가됩니다.이 외에도 인도네시아에서는 다양한 품종의 커피가 재배되고 있습니다.코마스티(Komasti)보르보르(Bor Bor)카티카(Katika)